
사방으로부터 함께 모여들어
모두 무위의 법을 배운다
여기가 바로 부처를 뽑는시험장이니
마음을 비워야 급제하여 고향에 돌아가리라
(十方同共聚)
(個個學無爲)
(此是選佛場)
(心空及第歸)
동산양개 화상께서 해제 날 대중에게 일렀습니다.
“해제 대중은 첫가을 늦여름에 여러분은 동쪽이든 서쪽이든 모름지기 바로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
이어서 또 말씀하셨습니다.
“그 만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하는가?”
동산양개스님 회상에서 여름을 난 한 수좌가 장사長沙 땅을 지나가게 되었습니다. 마침 그 때 석상경저石霜慶諸스님이 속복으로 도자기 굽는 집에서 기거하고 있었습니다.
그 수좌를 보고 물었습니다.
“어디에서 오는 길입니까?” “동산에서 옵니다.”
“동산 화상께서는 어떤 말씀으로 제자들을 지도하십니까?”
“화상께서 해제 날 상당하여 대중에게 이르시기를 ‘대중은 첫가을 늦여름에 동쪽이든 서쪽이든 간에 모름지기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향해 떠나야 한다’ 하시고는 양구良久 뒤에 ‘그 만 리에 한 치의 풀도 없는 곳을 어떻게 가야 할까?’ 하셨습니다.”
그 말을 듣고 이에 석상이 한마디하였습니다.
“문득 문을 나서기만 하면 그대로가 풀밭이니라.”
그 이야기를 들은 그 수좌는 다시 돌아와 동산 화상에게 말씀드렸습니다.
“이는 천오백 명을 제접할 선지식의 말씀이다. 당唐나라 안에 그런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 하고 크게 칭찬하였습니다.
이 공안으로 인하여 석상은 천하에 이름을 떨치게 됩니다.
석상경저스님은 어릴 적부터 산천을 너무 좋아하여 유람을 다니다가 돌아오는 것을 잊어버릴 지경이었습니다. 출가하여 후원에서 궂은 일을 하는데도 십 년 동안 한결같았습니다.
위산영우潙山靈祐 회상에서 부지런히 절구질을 하고 있을 때 떨어진 한알을 주워든 위산 선사가 “이 한 알을 업신 여기지 말 것이니 백천 알이 모두 이 한 알에서 나왔다” 고 하자 석상은 “그렇다면 이 한 알은 어디에서 나왔습니까?” 하니 영우 선사가 크게 웃었으나 그래도 의심이 풀리지 않아 도오원지道悟圓智 선사를 찾아갑니다.
“화상께서 죽고나서도 어떤 사람이 극칙사極則事를 물어올 것입니다.
어떤 것이 이 도를 향하는 것입니까?“
그러자 도오 선사는 시자를 불렀습니다.
“물병에 물을 담아 오너라.”
그러고는 도리어 석상에게 물었습니다.
“그대가 아까 무엇을 물었던가?”
경저가 앞에 물었던 말을 찾아 더듬고 있는데 원지 선사가 일어나서 ‘휙’ 하고 가버렸습니다.
이에 선사는 깨친 바가 있었습니다. 이처럼 두 선지식과 법거량 뒤에 장사 따으로 숨어 들었으니 아무도 아는 사람이 없었습니다. 그 때 마침 그 곳을 지나던 동산스님의 회상에서 여름을 난 수좌를 만나면서 ‘동산무초洞山無草’ 공안이 나온 것입니다.
대양경현大陽警玄스님은 이 공안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지금 당장 문을 나서지 않는다고 하여도 역시 풀이 끝없이 우거졌다. 일러보라. 합당히 어느 쪽을 향하여 행각을 떠나야 되겠는가?”
양구 뒤에 다시 말했습니다.
“싸늘한 바위에 이상한 풀 푸르다고 좋아하지 말라. 백운 위에 앉았더라도 종지宗旨는 묘할 것이 없나니라.”
조동종의 대양경현스님은 숙부인 지통智通 선사에게 출가하였으나 지통스님이 그 근기를 알고 나서 양산연관梁山緣觀스님을 찾아가도록 하였습니다.
대양경현이 물었습니다.
“어떤 것이 무상無相의 도량입니까?”
연관 선사가 벽 사이의 관음상을 가리키면서 말하였습니다.
“이것은 불화를 잘 그리는 오도자吳道子의 그림이다. 이는 유상有相인데 어떤 것이 무상無相인가?”
이에 경현은 크게 깨닫고는 절을 하고는 일어섰습니다. 그리하여 양산연관의 법을 이었으며 스승이 돌아가시자 탑에 하직인사를 하고는 제방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러던 가운데 어느 승이 참외를 심는 것을 보고는 물었습니다.
“참외가 언제 익겠는가?” “바로 익어서 문들어질 지경입니다.”
“참외를 골라서 가져 오너라.”
“어떤 사람이 먹을 것입니까?” “밭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이니라.”
“잘은 모르겠습니다만 밭에 들어가지 않는 사람도 또한 먹어야 합니까?”
“너도 또한 그 사람을 아느냐?”
“비록 알지는 못하나 받지도 않고 주지도 않습니다.”
경현이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가거라.”
그 승이 뒷날 병이 들자 경현이 간병실에 들어가 살펴보면서 물었습니다.
“이 몸이 거품과 같은 그림자와 같으나 그림자와 거품 속에서도 구별을 이룬다.
만일에 이 거품과 그림자가 없다면 대사大事를 이룰 인因이 없을 것이다.
만일에 대사갖춤을 요한다면 이 거품과 그림자를 취함을 아는 것이 이 어떤 것인가?“
“이것은 오히려 차변사遮邊事입니다.”
“나변사那邊事는 어떤 것이야?”
“땅 둘레에는 홍륜紅輪이 빼어나고 해저海底에는 꽃을 심지 않습니다.”
이에 경현 선사는 웃으면서 대답하였습니다.
“그대는 언제나 성성적적惺惺寂寂하구나.”
산승이 이 ‘동산무초洞山無草’ 공안을 살펴보건데 이러합니다.
동산노인은 입은 있어도 혀가 없어서 입을 열면 으레 새의 길(鳥道)과 같은 현묘한 경지라 할 것입니다. 석상노인은 흐린 물을 휘저어 맑음을 드날려서 없는 구절(無句)에서 있는 구절(有句)만 치우쳐 사랑했다고 할 것입니다.
해제대중이여!
여러분은 여름 끝 가을 첫머리에 여섯 가닥의 길이 있으니, 한 가닥은 갈만하고 다섯가닥은 갈 수 없습니다.
첫째, 성스럽고 묘한 경지 위에서 눈을 비벼 허공 꽃을 내게 하지 마십시오.
둘째, 평탄한 경지 위에서 하인下人을 상전上典으로 오인하지 마십시오.
셋째, 광채光彩와 경계의 문턱에서 죽과 밥의 기운으로 재롱을 떨지 마십시오.
넷째, 일 없다는 갑옷 속에서 칼을 두려워하거나 화살을 피하지 마십시오.
다섯째, 갈등의 구덩이 속에서 노란 것을 검다고 말하지 마십시오.
여섯째, 길은 여러분에게 가기를 허락한 길입니다.
말해 보십시오. 이 한가닥 길을 어떻게 가야 하겠습니까?
초만만草漫漫이여
문리문외門裏門外를 군자간君自看하라.
형극림중하각이荊棘林中下脚易나
야명렴외전신난夜明簾外轉身難이로다.
간간看看하라. 기하반幾何般고.
풀이 우거져 끝없음이요!
문 안인지 문 밖인지 그대 스스로 살피라.
가시나무 숲에는 발바닥(足)을 딛기 쉬우나
달 밝은 밤 대발(簾) 밖에서 몸 돌리기는 어렵다.
조심하라! 몇 가지인고?
악(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