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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기경〈世記經〉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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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전해설 - 무관 1990년 06월 100호
요사이 날씨가 순조롭지 않다는 얘기들이 많다. 비가 자주 내려서 할 일들을 못한다든가 농산물의 발육에 지장을 가져오고 또 추운 아침과 더운 한낮의 차이 등이 많다는 것이다.
우리가 몸 붙여 살고 있는 이 세계에 변화가 무쌍하다는 얘기로 흘려 버릴 수도 있지만 한편에서는 너무나 심한 날씨의 기복은 인체뿐만 아니라 더불어 사는 모든 것들에 대하여서도 우려를 갖기 때문이다.
불교에서는 자신이 일생을 살아가는 의지처인 몸을 정보(正報)라 하고 이 몸이 생활해 가는데 불면이 없이 갖추어진 물질계의 모든 것을 의보(依報)라 한다.
사람은 더불어 살아간다. 사람만이 아니라 모든 생태계와 심지어 지구라는 물체까지도 다른 것들과의 상관속에서 서로 보이지 않지만 유기적인 연관을 주고 받으며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기며 햇볕이며 구름이며 바람이며 이 어느 것 하나 정보와 의보의 두 가지로서 모두 중생들의 업에 의하여 생성되고 성립되며 쇠퇴하여 파괴되지 않는 것은 없다.
이러한 사상은 세기경(世記輕)만이 아니라 번역 [異譯]본인 대루탄경(大樓炭經)과 기세경(起世經)에도 보인다.
이러한 세계의 성립과 파멸에 관하여 설하게 된 것과 부처님의 말씀이 여러 곳에 수록되어 별역본으로 여러 경인 경우도 많지만 이러한 세기경, 대루탄경, 기세경의 세 권이 현존하고 있다는 것은 예나 이제나 할 것 없이 세계(世界)에 대한 관심이 높았다는 사실을 시사하는 것이라 보겠다.
물론 스님들만의 관심사가 아니라 불교를 전파하는 과정에서 많은 사람들의 욕구와 호기심을 충족시켜 주어야만 할 당위적인 요구도 있었으리라 짐작된다.
불교에서는 언제나 현실에서의 문제를 주로 다루었으며 이 경의 첫 머리에서 세계가 구성된 것을 설명하기에 앞서 수행자가 가져야 할 두 가지 마음가짐에 대하여 언급되어 있음을 간과할 수 없다.
“무릇 집을 나온 사람은 두 가지 법을 행해야 한다. 첫째는 현성의 침묵이요, 둘째는 법어(法語)를 강론하는 것이다.
너희들은 강당에 모여 있으면서 또한 이와 같이 현성의 침묵과 법어를 강론해야 한다.
모든 비구들이여 !
너희들은 여래가 하늘과 땅, 그리고 모든 삼천대천세계(三天大天世界)까지도 부서지고 이루어져서 이 하나의 부처님 국토를 이루는 것과 중생이 사는 국가와 촌·읍에 대하여 말하는 것을 듣고자 하는가?”
라고 반문하시고 설명을 시작하셨다.
세기경(世記經)은 장아함경(長阿含經)의 제4부분에 수록되어 제18권부터 제22권까지 모두 5권이며 염부제주품(閻浮提洲品) 제1, 울단왈품(鬱單曰品) 제2, 전륜성왕품(轉輪聖王品) 제3, 지옥품(地獄品) 제3, 용조품(龍鳥品) 제5, 아수륜품(阿修倫品) 제6, 사천왕품(四天王品) 제7, 도리천품( 利天品) 제8, 삼재품(三災品) 제9, 전투품(戰鬪品) 제10, 삼중겁품(三中劫品) 제11, 세본연품(世本緣品) 제12로 짜여 있다. 이 세기경은 궤빈국( 賓國) 삼장(三藏)인 불타야사(佛陀耶舍 : Buddayassa)가 낭주(凉州)의 축불념(竺佛念)과 함께 후진(後奏) 홍시(弘始) 16년(西紀 413)에 왕의 명을 받아 한문으로 번역한 것이다.
이 장아함경은 앞에서 언급했듯이 소승교의 총칭으로 4아함 중에서 비교적 장편을 모은 장아함(長阿含)으로 현존하는 파알리( P li )어 불전(佛典) 장부(長部 : Digh-anik ya)에 대응하는 북방에 전하여 온 경전이다.
이 세기경은 한글대장경 장아함부의 제18권에서 22권까지 5권으로 번역되어 115페이지로 수록하고 있다.
또 다른 별역본(別譯本)인 대루탄경(大樓炭經)은 1 염부리품(閻浮利品), 2 울단월품(鬱單越品), 3 전륜왕품(轉輪王品) ①②, 4 지옥품(地獄品), 5 아수라품(阿修羅品), 6 용조품(龍鳥品), 7 고선사품(高善士品), 8 사천왕품(四天王品), 9 도리천품( 利天品), 10 전투품(戰鬪品), 11 삼소겁품(三小劫品), 12 재변품(災變品), 13 천지성품(天池成品)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대루탄경(大樓炭經)은 서진(西晋) 혜제(惠帝 290∼1306) 때에 서진사문(西晋沙門) 법립(法立)과 법거(法炬)가함께 한역(漢譯)한 것으로 약4만6천자로 되어 있다. 한글대장경 아함부에 13품 121페이지로 수록되어 다음의 기세경(起世經)과 함께 실려 있다.
다른 번역 본[異譯本] 가운데 하나인 기세경(起世經)은 천 10권이다. 1 잠브드비이파품(閻훨浮洲品), 2 웃타라쿠르품(鬱單越洲品) ①②, 3 전륜성왕품(轉輪聖王品) ①②, 4 지옥품(地獄品) ①②③, 5 여러 용과 금시조품(諸龍金翅鳥品), 6 아수라품(阿修羅品) ①②, 7 사천왕품(四天王品), 8 삼십삼천품(三十三天品) ①②③, 9 전투품(戰鬪品), 10 겁주품(劫住品), 11 세주품(世柱品), 12 최승품(最勝品) ①②로 구성되어 있다.
이 기세경은 역시 장아함경의 세기경(世記經)의 다른 번역본[異譯本]으로 수(隨)의 문제(文帝 581∼604) 개황(開皇) 5년(서기 585)에서 인수(仁壽) 4년(서기 604) 사이에 한역된 경으로 수나라 천축삼장(天竺三藏) 사나굴다( 那 多) 등이 번역하였으며 약7만3천 8백자로 짜여져 있다.
또 이 경의 이역으로 세기인본경(世起因本經)이 있다. 한글대장경에는 아함부에 180페이지로 번역되어 실려 있다.
지난4월호에 실었던 내용은 이 세기경의 염부제주품에 일부이다.
대루탄경의 잠브드비이파품(閻浮利品 : 범어 Jam-bu-dvipa)에
“이 같이 들었다(聞如是), 한 때 사위성의 기수급고독원(祇樹給孤獨園)에 대비구(大比丘)들 1천 2백 5십인과 함께 계시었다.
로 시작한 이 경은 대부분의 경이 “이 같이 나는 들었다(如是我聞)”는 형식과는 약간 달리하고 있다.
이 경은 이어서 이 하늘과 땅이 파괴하는 것은 무엇이며 이루어지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문제에 대하여 비구들이 강당에 모여서 토론하는 것을 서술한다.
여기에서 강당이란불교의 전통적인 공부 장소였음을 알 수 있고 부처님 당시부터 이 강당이 설립되어 보존하여 왔음을 알 수 있다.
“부처님께서는 삼천대천세계까지도 괴멸하고 이루어져서 하나의 부처님 국토를 이룬다. 이러한 국토 가운데는 수미산의 남쪽에 잠브드비이파라고 이름하는 세계가 있는데 넓이와 길이가 각각 이상 팔만리이며 북쪽은 넓고 남쪽은 좁다고 설하신다. 이 잠브드비이파에는 큰 나무와 꽃의 못과 큰 코끼리와 용왕이 있다. 또 선주왕수(善住王樹)라고 하는 큰 나무 밑에 선주라고 하는 코끼리의 왕이 팔천의 코끼리를 거느리고 있으며 나무의 북쪽에는 마나마(摩那摩)라고 하는 욕지(洛池)가 있다. 물은 맑고 시원하며 깨끗하여 온갖 빛깔의 연꽃을 피운다. 코끼리 왕 선주는 그의 거느리는 코끼리들과 함께 이 연못에서 논다.”
여기에 나오는 선주(善住)는 마음을 잘 조절하여 탈육하지 않고 성내지 않으며 어리석어 삿된 생각을 하지 않으며 고요하여 산란하지 않고 맑아 졸립지 않는 마음의 평온한 상태를 비유한 것이다.
부처님께서는 큰 코끼리 왕처럼 언제나 큰 나무 아래에 등을 돌리고 앉아 명상에 잠기곤 했었다. 이 큰 코끼리왕은 바로 부처님 자신에 대한 비유임을 알 수 있다. 누구나 산란하여 생각이 흩어지지 않고 혼침하여 막막하지 않는 마음을 가지고 적은 것에 만족할 줄 아는 수
행자는 어떤 것이냐 어느 곳에도 두려움이 없다고 한다.
그처럼 캄브드비이파도 수미산(須彌山)의 남쪽에 있으며 철금산과 대철위산 중간, 짠물 바다에 있는 대주(大洲)이다. 이를 다른 곳에서는 예주(穢洲; 穢土)·예수성(穢樹城)이라 번역했는데, 염부나무가 번성한 나라라는 뜻이다. 승금주(勝金洲)·호금토(好金土)라고도 했는데 이 뜻은 염부단금을 산출하는 나라라는 말이다.
염부수염(閻浮樹 : 범어 Jambu)는 인도에 널리 분포된 교목으로서 학명은 Eugenia Jambolana이라, 잎의 길이는 12∼15cm이고 엽맥(葉脈)이 가늘고 엽면(葉面)은 미끄럽고 광택이 있다. 4,5월 경에 누르스름한 작은 꽃이 핀다. 과일은 새알만하고, 익으면 자색이 되고 맛은 떫고 시다.
불교에서는 세간(世間), 세계(世界 : 범어 Lokadh tu)로 로가타도(路迦 )라 음역한다.
세간의 뜻에 세(世)는 천류(遷流), 격별(隔別)의 뜻이고, 간(間)은 간차(間差)의 뜻이다. 과거 현재 미래의 삼세에 천류하는 바가 되면서도 가지가지의 모든 법은 서로 차별하여 섞이지 않는다.
또 세(世)는 가뢰괴(可毁壞) 유대치(有對治)의 뜻이고, 간(間)은 간차의 뜻으로 유루법(有漏法)은 반드시 나고(生), 머물고(住), 달라지고(異), 소멸(滅)되는 네가지 과정을 번갈아 가면서 찰라찰라에 훼손되고 부서지게 된다. 또 번뇌의 더러움이 없는 무루성도(無漏聖道)의 상대자 된다하여 유대치라고도 한다.
세계(世界)라 할 때 계(界)는 방분(方分)의 뜻이어서 시간적으로 과거, 현재, 미래에 통하여 변화하고 파괴되며 한편 공간적으로 피차, 동서의 구분이 정해져 있어서 서로 뒤섞이지 않음을 말한다.
이러한 세계*는 각각 다른 종류가 차별하여 서로 같지 않음을 통틀어 말한다.
이 세계는 영원한가 그렇지 못한가? 지금 밖은 광막한 어둠이거나 밝은 햇볕일 것이다. 어둠에는 빛이, 밝음에는 깜깜한 칠흙이 대치된다. 이러한 상대적인 세계는 결코 완전한 평화와 자유는 있을 수 없다. 그러나 어느 것 하나가 아닌 화합에는 안정과 해탈이 영원으로 트이게 된다. 모든 삼천 대천세계까지도 괴멸하고 이루어져서 이 하나의 부처님 국토를 이룬다.

*世界 : 世는隔別의 뜻. 界는 種族의 뜻