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1.
아픈 곳 하나 딱히 없어도 천지가 다 아플 때가 있네. 이 아
픔은 불쌍하고 안타깝기 그지없음의 반복이었네. 누군가 아.
프고 내가 아픈 일이었네. 우리의 인식 깊숙한 곳에 씨 하나
가 떨어지면 어느새 싹이 트고 열매를 맺어 돌이킬 수 있는
기회도 점점 멀어지네. 또한 그 쓰고 괴로운 열매를 속수무
책으로 받아먹어야만 하네. 그러면 하나 아픈 곳 없이 다시
천지가 아프고 병이 드네. 이럴 때 산으로 숨어든들 피하겠
나. 바다로 도망을 간들 괜찮겠나. 속수무책의 천둥벌거숭
이가 되어 가시밭길을 헤매고 다녀야 하네. 한 생각 일으키
면 생生이고 한 생각 사리지면 사死가 되지만 생사生死가 어
찌 따로 존재할까. 사람들은 그 고해苦海의 파도를 넘나들
며 부초처럼 떠다니는 신세였네. 사랑도 그렇거니와 하물
며 미움은 말해서 무엇할까.
출처 : 도정스님의 『 사랑하는 벗에게...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