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8.
어렸을 때 할머니랑 둘이서 한 칸 초가집에 살았더랬네. 툇
마루에 앉아 콩밭에 내려앉는 새 망도 봤다네. 가을걷이 끝
내고 초가집 이엉을 새로 얹을 때, 부락에 솜씨 좋은 어른이
꼬아 온 새씨줄이 내 키만큼 마당에 쌓였었지. 그런데 아무
리 솜씨 좋은 이가 꼰 새끼줄이라도 짚과 짚이 이어진 마들
가리 옹이가 없을 수는 없었네. 내가 지금까지 생명을 이어
오면서 위태로울 때도 참 많았고, 우여곡절도 많았는데, 생
애 가운데 그 마들라리 옹이 상처가 없었다면 지금까지 올
수 있었을까 싶었네. 질긴 생명처럼, 보이지 않게 이어지 옹
이진 상처 자리가 더 단단한 것도 고마울 따름이었네.
출처 : 도정스님의 『 사랑하는 벗에게...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