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4.
낮에 사천에서 신혼부부가 아기를 안고 찾아왔었네. 나는
산에서 고사리밭을 정리하느라 승복이 아닌 작업복을 입
었고, 먼지까지 뒤집어써 꾀죄죄한 모스비었네. 옷도 못 갈
아입고 앉아 미리 따다 놓은 매화꽃을 냉동실에서 꺼어내 매
화차르르 대접하였네. 몰골이 말이 아닌 중이었는지라 미안
하기 그지없었네.
아기 엄마는 집으로 돌아기기 전, 파릇파릇 올라온 어린
쑥을 겨우 한 끼 먹을 만큼 캤다네. 나는 어린 쑥보다는 좀
더 자란 것이 있는 곳으로 안내하겠다고 하였더니 그게 아
니라고 하였네. 많이 먹으려는 게 아니라 봄 향기를 먹고 싶
어서 어린 쑥을 캔다는 것이었네.
이 나이 먹도록 나는 쑥을 캐는 일이 봄의 향기를 먹기
위한 것임을 잊고 살았구나 싶었네. 다시 생각하니 쑥은 정
말 봄의 향기였네. 어린 순을 고르고 고르며 사랑하는 이에
게 한 움쿰 끓여 내는 그 설렘이 쑥이었다네. 그래서 일행
을 보내고 나서 나도 쑥을 캤다네.
혼자 먹어도 쑥은 그렇게 봄향이었네. 냉이도 봄향이었
네. 누가 많이 캐느냐, 얼마나 많이 가져가서 끓여 먹느냐
가 아니라 얼마나 봄향을 더 느끼느냐가 중요하였네. 내 남
은 인생도 얼마나 사람다운 향기를 더 내느냐가 중요한 문
제일 것이었네.
출처 : 도정스님의 『 사랑하는 벗에게... 中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