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6.
하염없이 봄비가 내리면 부질없는 짓을 잃어버린 나이가 슬
플 때가 있네. 추억할 일이 더 많아지는 나이가 된 탓이었네.
사람들의 시선은 아랑곳없이 미친 듯이 비를 맞았던 시절이
있었네. 부질없던 행동도 아름다울 수 있었더 시기가 있었다.
는 건 행복이었네. 그 아름답던 시절을 잃어버린 사람들은
오늘도 목적만을 향해 정신없이 내달리네. 마치 목적과 목
적의 당위성과 그에 대한 노력 없는 삶은 게으름과 나태며,
뭔가 살 가치조차 없는 실패한 인간이라는 듯이 말이네. 그
런데 인생은 어떤 작위적 목적을 위한 삶에 자신을 내던지
지 않아도 좋지 아니한가. 개개인의 존재 자체가 어차피 최
선의 삶이지 않은가 말이네. 이 우주에 나와 똑같은 인간이
단 한 명도 없다는 아주 비근한 사실만으로도 우리는 극적
이고 소중한 존재로 태어난 게 증명된 것이었으니 말이네.
사실, 나는 봄비에 대한 말을 하고 싶었네. 그런데 비닐하
우스를 때리는 빗소리를 넋 놓고 듣다 보니 비에 대한 본래
의 의도를 놓쳤네. 어차피 비는, 비라는 정체성을 변함없이
가지는 건 아니었네. 사람이 어떤 목적을 향해 자신의 삶을
소비시키면서 진정 추구해야 할 삶이 무엇이던가 생각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네.
출처 : 도정스님의 『 사랑하는 벗에게... 中 』